저 성장 국면에도 나 홀로 고공 비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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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에도 항공산업은 연평균 12.2%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항공산업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침체에 빠져 있을 때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저가항공이 확대되면서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일부 국가에서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을 육성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항공산업이다. 이는 중국 등 인구 대국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산층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신규 공항 건설 붐까지 일어 하루 1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형 공항 수는 현재 42개에서 2033년 91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장거리 여행객 수 같은 기간 하루 평균 80만명 수준에서 220만명으로 두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항공산업 확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저가항공(LCCㆍLow Cost Carrier)이다. 국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독과점 하고 있던 항공 시장에 LCC가 진입했고 항공사 수는 2개에서 7개로 확대됐다. 신규 항공사의 진입은 항공권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졌고 해외여행 증가의 촉매제가 됐다. LCC는 아직 단거리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장거리 시장에도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에 따라 항공기 제조업체도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항공기 수요 확대의 수혜가 일부 국가와 기업에 한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기 산업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매우 어렵다. 이는 항공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항공기 제작은 생산대수가 적으면서 가격이 고가다. 제작 기간도 길다. 최첨단 산업이지만 자동차처럼 자동화 라인을 구축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공정이 숙련된 작업자에 의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가파른 성장세의 항공산업
민간항공기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2.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보잉(Boeing)社와 프랑스의 에어버스(Airbus)社 시장점유율은 각각 43%, 42%에 달한다. 두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도 LCC다. LCC가 부상하면서 보잉사의 B737과 에어버스의 A320 등 중소형 기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두 회사의 중소형 기종 수주잔고는 LCC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연평균 19.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잉사의 B737 4299대, 에어버스의 A320은 5129대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또한 두업체의 지난해 중소형 항공기 인도량은 각각 722대, 629대로 전년 대비 각각 13.0%, 9.6% 증가했다. 두 업체의 실적과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기록하는 이유가 LCC에 있다는 얘기다.
항공산업은 여행이나 화물 수송 수단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력과 막대한 예산 부담으로 자체 제작이 가능한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글로벌 항공 산업이 새로운 성장기에 진입했음에도 민항기 시장을 보잉과 에어버스가 독과점하고 있는 것도 해당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항공 산업은 그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란 얘기다.
항공사 수주 증가는 항공기 부품 업체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부품업체 중 엔진 개발에는 사프란(SAFRA N)ㆍ롤스로이스(Rolls-Royce)가 대표적이다. 동체와 날개를 제작하는 기업으로는 SPIRIT(스피릿)ㆍ트라이엄프(TRIUMPH)가, 항법장치는 조디악(ZODIAC)이 유명하다. 특히 스피릿의 수주잔고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완제기 업체의 풍부한 수주잔고를 생각할 때 부품업체의 실적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특히 부품 제작의 경우 품질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요구되는 기술수준이 높아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한번 부품을 공급하면 기종이 단종되기 전까지 독점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어 사업 안정성이 높다. 자동차ㆍIT산업처럼 중간에 하청업체를 변경하거나 납품단가를 낮추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군용기를 중심으로 정부 주도하에 발전했다. 1970년대 군용헬기인 500MD을 시작으로 1995년 KT-1 기본훈련기, 2005년 T-50 고등훈련기 개발 등 군용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독자개발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약했다. 국내 첫 군용기 KT-1은 인도네시아ㆍ터키 등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도 해외 수출에 성공하면서 세계 6번째로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됐다. T-50의 대당 가격은 2500만 달러(292억5000만원)에 달해 승용차 1000대와 비슷한 수출 효과를 가진다. 최근에는 한국형 기동헬기(KUHㆍ수리온)의 개발과 양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KT-1' 'T-50' 'KUH' 등의 해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출 확대를 전개하고 있고 항공정비 MRO(Maintenanceㆍ유지), Repairㆍ보수, Operationㆍ운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항기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부품 공급과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아스트'다. 아스트는 항공기 동체 관련 부품업체로 B737 기종의 '스트링거(Stringer)' '벌크헤드(Bulkheadㆍ격벽)' '섹션48(Section48ㆍ후방동체) 등을 독점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1조1000억원에 달하며, 보잉의 제품이 전체 수주잔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보잉의 평균 수주대수가 2012년 1200대로 급증해 지난해 4299대의 B737수주 잔고를 기록했다. 보잉은 현재 월 생산량을 42대에서 62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아스트'의 장기적인 성장엔진이 확보된 셈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항공산업은 경량소재ㆍ전자제어ㆍ인공지능 등 다양한 첨단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고임금 근로자의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기술 개발 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특성상 정부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ㆍ조선ㆍIT산업도 그 출발 시점은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항공산업에 힘을 보탤 때라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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