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본의 성장을 이끈 것은 도요타자동차 같은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였다. 그러나 이들 전통 제조업외에도 일본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 혁신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로켓에서부터 중소형 항공기에 이르는 우주항공, 로봇, 2차 전지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로 미래를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 일본의 소행성 탐사기 '하야부사2'를 탑재한 로켓이 지난해 12월3일 오후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로켓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2.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 제조업에 새로운 활로 보여주는 우주항공 일본 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인 신산업 중 하나는 우주항공 부문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중공업을 비롯해 대형 전자업체인 NEC, 도시바 등이 이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 경쟁사에 비해 우주항공산업에서 경험이 적다. 하지만 기술력만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일본우주항공개발국(JAXA)은 기업들과 손잡고 우주여행과 우주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다. JAXA는 지난해 소행성 탐사기 '하야부사2'를 발사했다. 하야부사2는 세계 최초로 소행성 시료 채취에 성공했던 일본의 초대 탐사기 '하야부사'의 후속 기종이다.
일본의 우주도전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제조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 제조업이 살 길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옮아가야 하고 그게 바로 우주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일본이 전방위 우주개발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다. 대형 로켓 대신 소형 위성이나 소형 로켓 등 우주 강국이 눈여겨보지 않는 틈새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쓰비시중공업이다. 1975년부터 로켓개발을 시작한 미쓰비시중공업은 2001년 H2A의 첫 제작·발사에성공했다. 이후 현재까지 발사된 총 27기의 로켓(H2A 23기, H2B 4기) 중 단 한 기를 빼곤 모두 성공했다. 특히 로켓 부품중 90%를 자사(自社) 및 일본 내 협력업체로부터 조달한다.
일본이 로켓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100% 자립한 배경엔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 정부가 기업들에 우주개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기업들은 이에 맞춰 투자를 집행해 경쟁력을 갖췄다.
일본 정부는 우주산업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주기기산업과 위성정보를 활용한 우주 서비스산업을 합친 전체 우주산업의 규모를 7조엔에서 2020년까지 15조엔대로 키운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표다.
일본 항공산업도 부활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동차회사인 혼다가 만든 제트기인 '혼다제트'가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길이 13m인 7인승 비즈니스 제트기로, 일본 도쿄(東京)에서 중국 상하이(上海)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갈 수 있다. 혼다의 비행기개발은 29년 전인 1986년 시작된 이후 근 30년 만의 성과다. 혼다제트는 미국의 혼다 자회사에서 생산되며 지금까지 100대의 선주문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이 90석 규모의 터보제트기 'MRJ'를 공개했다. 40년 만에 선보인 일본제 여객기로, 2008년 국가프로젝트로 개발을 시작해 6년 만에 완성한 것이다. 이미 400여 대의 주문을 받아 놓고 있는데 2017년부터 민간항공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로봇산업도 일본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재난·의료·군사·교육 등으로 활용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로봇산업은 해마다 2〜3배씩 성장하는 신성장동력이다. 일본로봇공업협회는 21세기 안에 로봇시장이 자동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이 너도나도 로봇산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선 까닭이다. 현재 혼다, 소니,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이 이 산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로봇과 2차전지에도 눈독 일본은 산업용 및 개인용 로봇에서 단연 세계 1위다.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특히 인간과 닮은 로봇 개발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는 사람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인식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월 페퍼의 일반용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 판매분 1000대가 1분 만에 매진되는 등엄청난 인기를 예고했다.
일본 하이테크 업체들은 태양전지 등 친환경 2차전지 분야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도요타는 GM, 포드 등 경쟁사들을 따돌렸다는 평가다. 일본 업체들은 또 연료전지 외에 태양전지, 에너지절약용 건축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뒤 태양광발전, 하이브리드카 등 신에너지 개발에도 열을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동일본대지진 이전 28.6%였던 원자력 비율을 21〜22%로 낮추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13년 10.7%에서 23~25%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이미 세금징수, 교통, 편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일본은 실시간으로 GPS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교통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지능형 교통안내 시스템을 지난해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교통상황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실시간으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택시 및 정보 제공에 동의한 내비게이터 사용자로부터 얻어진 교통 정보를 이용한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교통상황 및 경로를 안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교통체증 감소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 등 후발주자 거세게 추격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로봇산업의 경우 후발주자들의 추격이거세다. 일본 업체들이 인간 형상의 로봇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사이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훨씬 실용적이고 값싼 로봇을 선보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는 세계 최고 기술의 재난수습 로봇이 됐다. 최근 미국 국방부 산하방위고등연구계획국 주최로 열린 '로봇공학 챌린지' 결선대회에서 일본과 미국·독일 등 로봇강국들을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강력한 1위 후보였던 일본팀 5곳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선에 참가한 미 MIT 관계자는 "일본만 경쟁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한국도 동등하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
기사: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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